핵심: MLU(평균 발화 길이)는 아이가 한 번 말할 때 평균 몇 개의 형태소를 쓰는지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Roger Brown(1973)은 이 숫자가 아이의 '나이'보다 언어 발달 수준을 더 정확하게 보여준다는 걸 밝혔습니다.
"우리 아이, 또래보다 느린 걸까?" — 나이로는 답이 안 나옵니다
36개월인데 아직 두 단어밖에 못 붙인다.
이런 말, 한 번쯤 들어보거나 직접 해보셨죠.
근데 막상 "그럼 36개월이면 몇 단어를 써야 정상인데?"라고 물으면, 아무도 정확히 답을 못 해요.
옆집 아이랑 비교하고, 인터넷 검색하고, 그래도 불안은 안 가십니다.
문제는 '나이'라는 기준 자체가 생각보다 헐렁하다는 거예요.
비교는 시작됐는데, 기준이 없으니 불안만 커집니다
문화센터에서 만난 또래는 문장으로 줄줄 말하는데,
우리 아이는 "물", "엄마 가" 정도예요.
'느린 건가?' 싶어 검색하면 "괜찮아요"와 "전문가 상담받으세요"가 동시에 나와요.
결국 남는 건 막연한 불안뿐이죠.
여기서 진짜 문제는 아이가 아니라, 비교할 객관적인 잣대가 없다는 것이에요.
기준이 없으니 잘 크고 있어도 불안하고, 정말 신호가 와도 알아채지 못합니다.
나이가 아니라 '한 번에 몇 마디'를 봐야 합니다
언어학자 Roger Brown은 1973년 책 《A First Language》에서 흥미로운 걸 발견했어요.
아이들의 언어 발달은 나이보다 'MLU'라는 숫자와 훨씬 잘 맞아떨어진다는 거였죠.
MLU(Mean Length of Utterance, 평균 발화 길이)는 말 그대로예요.
아이가 한 번 입을 열 때 평균 몇 개의 '형태소'를 쓰는지를 센 값.
형태소는 뜻을 가진 가장 작은 단위예요.
"엄마가 갔어"는 엄마/가/갔/어 — 대략 네 덩어리로 쪼개지죠.
Brown은 이 숫자가 올라가는 흐름을 5단계로 정리했어요. (영어권 아동 기준이라 시기는 대략적입니다.)
| 단계 | MLU(형태소) | 대략 시기 | 특징 |
|---|---|---|---|
| I | 1.0~2.0 | 12~26개월 | 한 단어, 두 단어 붙이기 |
| II | 2.0~2.5 | 27~30개월 | 조사·어미가 붙기 시작 |
| III | 2.5~3.0 | 31~34개월 | 짧은 문장 형태 |
| IV | 3.0~3.75 | 35~40개월 | 복잡한 문장 시작 |
| V | 3.75~4.5 | 41~46개월 | 긴 문장, 이어 말하기 |
핵심은 같은 나이라도 MLU는 제각각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Brown은 "몇 살이냐"보다 "MLU가 어디쯤이냐"를 봤어요. 나중에 Miller와 Chapman(1981)도 17~59개월 아이들을 분석해 MLU가 발달 수준을 잘 반영한다는 걸 다시 확인했고요.
참고로 한국어는 조사·어미가 발달해서, 영어 숫자를 그대로 대입하면 안 돼요. 국내 연구는 형태소 단위(MLUm)나 어절 단위로 따로 측정합니다. 위 표는 'MLU라는 잣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감만 잡는 용도로 보세요.
숫자로 안 보면, 변화도 안 보입니다
MLU의 진짜 가치는 '비교'가 아니라 '추적'에 있어요.
한 시점의 점수보다, 시간이 지나며 이 숫자가 올라가고 있는지가 훨씬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보통 아이 말을 '느낌'으로만 기억해요. "요즘 말이 좀 는 것 같은데?" 정도죠.
이게 문제예요. 느낌은 한 달 전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잘 크고 있어도 확신이 안 서고, 반대로 몇 달째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어도 "원래 좀 느린 애"라며 넘어가게 돼요.
숫자로 안 보면, 잘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멈춰 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시간이 흐릅니다.
숫자로 보이면, 뭘 해야 할지가 보입니다
반대로 MLU 감각을 잡은 부모는 달라져요.
"두 달 전엔 거의 한 단어였는데, 지금은 '~하고 ~했어'까지 붙이네." 이렇게 변화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막연한 불안이 구체적인 관찰로 바뀌어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다음이 보여요. 지금 두 단어에 머물러 있으면, 거기에 한 마디를 더 얹어주는 식으로 대화를 살짝 늘려주는 거죠.
숫자는 평가하려는 게 아니에요. 어디서 한 발 도와주면 되는지를 알려주는 지도에 가까워요.
근데 집에서 형태소를 세고 있을 순 없잖아요
여기서 막힙니다.
MLU가 좋다는 건 알겠는데, 솔직히 아이 말을 50문장씩 받아 적고 형태소를 쪼개 평균을 내는 일… 그거 언어치료사들이 평가할 때 하는 작업이에요. 일상에서 부모가 매번 할 순 없죠.
게다가 아이는 녹음기 들이대면 더 말을 안 해요.
아는 것만으로 바뀌면 좋겠지만, MLU는 '정확히 계산'하려는 순간 부담이 됩니다. 그래서 숫자를 정밀하게 재기보다, 감각을 잡는 쪽으로 접근하는 게 현실적이에요.
오늘 집에서 MLU 감각 잡는 3가지
정확한 점수는 필요 없어요. 흐름만 잡으면 됩니다.
1. 일주일에 한 번, 짧은 대화 메모해두기
저녁 먹으며 아이가 한 말 다섯 개만 그대로 적어보세요. "물 줘", "엄마 이거 봐", "아까 친구가 그랬어." 단어 수 평균만 머릿속으로 세도 충분해요. 한 달 뒤 다시 적어보면 변화가 보입니다.
2. 아이 말에 '한 마디'만 더 얹어주기
아이가 "차 가"라고 하면, "응, 빨간 차가 빨리 가네"라고 받아주세요. 아이의 두 단어에 부모가 자연스럽게 살을 붙이면, 아이가 다음에 쓸 문장 길이가 따라 늘어나요.
3. 비교는 또래가 아니라 '두 달 전 우리 아이'와
옆집 아이가 기준이 되면 불안만 커져요. 기준은 늘 과거의 우리 아이예요. 지난달보다 한 마디라도 길어졌으면, 잘 자라고 있는 겁니다.
이 세 가지만으로도, '느낌'으로만 보던 아이 말이 '흐름'으로 보이기 시작해요.
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 주고받았느냐'입니다
MLU가 올라가려면 결국 아이가 말할 기회가 많아야 해요. 그리고 그 기회는 부모와 얼마나 핑퐁처럼 대화를 주고받느냐에서 나와요.
말을 '많이' 들려주는 것과 '주고받는' 것이 왜 다른지, MIT 연구가 깔끔하게 정리해줘요.
→ MIT가 밝힌 진짜 대화법: 말 '많이'가 아니라 '핑퐁'이다
그리고 이 대화의 양이 실제로 아이 뇌 크기까지 바꾼다는 연구도 있어요.
→ 3천만 단어 격차: 부모의 말이 아이 뇌 크기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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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MLU가 정확히 뭔가요?
A. Mean Length of Utterance, 평균 발화 길이의 약자입니다. 아이가 한 번 말할 때 평균 몇 개의 형태소를 쓰는지를 센 값으로, 언어 발달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입니다.
Q. MLU는 어떻게 계산하나요?
A. 아이의 발화 표본(보통 50~100개 문장)을 모아 각 문장의 형태소를 센 뒤, 전체 형태소 수를 문장 수로 나눕니다. 다만 정밀 측정은 언어치료사의 평가 영역이고, 가정에서는 정확한 점수보다 '시간에 따라 늘고 있는지' 흐름을 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Q. 우리 아이 MLU가 또래보다 낮으면 문제인가요?
A. 같은 나이라도 MLU 편차는 큽니다. 한 시점의 점수보다 시간이 지나며 꾸준히 올라가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몇 달째 변화가 없거나 또래와 격차가 계속 벌어진다면 전문가 상담을 권합니다.
Q. 한국어도 영어 MLU 기준을 그대로 쓰나요?
A. 아니요. 한국어는 조사와 어미가 발달해 형태소 구조가 달라서, 국내에서는 한국어에 맞게 형태소 단위(MLUm)나 어절 단위로 따로 측정합니다. 영어권 수치를 그대로 대입하면 안 됩니다.
Q. MLU를 올리려면 뭘 해야 하나요?
A. 아이 말에 한 마디씩 살을 붙여 되돌려주는 '확장'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아이가 "차 가"라고 하면 "빨간 차가 빨리 가네"처럼 받아주면, 아이가 쓰는 문장 길이가 자연스럽게 따라 늘어납니다.
참고문헌
- Brown, R. (1973). A First Language: The Early Stages.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ess.
- Miller, J. F., & Chapman, R. S. (1981). The Relation Between Age and Mean Length of Utterance in Morphemes. Journal of Speech and Hearing Research, 24(2), 154–161.